LNG 2위 호주 수출통제 검토… 에너지 공급망 ‘각자도생’
▶ 한국도 LNG 사용량 30% 호주서 수입
▶ 중·러 비료, 모로코는 인산염 통제
▶ IRGC, 호르무즈 선박 통행료 징수
▶ 한국 최대 9,400억원 추가부담 관측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호주가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의 여파로 가스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호주는 한국이 LNG를 가장 많이 수입(비중 약 31%)하는 나라다. 중동발(發) 에너지 위기로 자원 수출 빗장을 걸어잠그는 자국 우선주의가 빠르게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에 나선 이란은 우호국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적대국에는 더 비싼 통행료를 받겠다고 예고하며 글로벌 에너지 경색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2일 매들린 킹 호주 자원부 장관은 가스를 수출보다 자국 시장에 먼저 공급하는 ‘호주 국내 가스 안보 메커니즘(ADGSM)’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DGSM 발동 이후 호주 가스 수출 업체는 아직 계약되지 않은 가스 물량을 수출보다는 국내 시장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
호주 외에도 중동산 에너지 공급이 끊기자 연료 등의 자원을 자국에 우선 공급하겠다고 나선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연료유 수출금지 조치를 단행했고 카자흐스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수출제한 기간을 5월로 연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선주들은 IRGC와 연계된 중개인에 연락해 선박 소유권, 국적, 화물 목록, 선원 명단,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 등 세부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중개인은 받은 정보를 IRGC 해군 사령부에 전달한 뒤 선박이 미국·이스라엘 등 적대국과 연관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선박이 IRGC 기준을 충족하면 통행료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란 측은 국가를 1~5등급으로 분류해 우호적인 국가일수록 유리한 조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통행료 체계는 기존 석유 시장 질서를 재정립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달러의 지위를 뒤흔들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달러화가 아닌 위안화나 스테이블코인(화폐 가치에 연동된 가상화폐)으로 통행료를 결제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달러 결제망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이란은 이미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리알화’ 개발을 추진 중이며 이란 석유 수출량의 80% 이상을 구입하는 중국은 2015년 해외 결제 네트워크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완성한 상황이다.
미 워싱턴DC 기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은 “이러한 시스템들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지배력을 위협하지는 못하지만 지배력의 핵심인 금융제재의 효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모든 선박이 국제 해협을 무상으로 통행할 수 있다는 원칙도 새로 쓰일 수 있다. IRGC의 배럴당 통행료 방식은 수에즈운하 요금 체계와 유사하다. 수에즈운하 요금은 선박 규모와 유형에 따라 매겨지는데 ‘수에즈운하순톤수(SCNT)’라는 별도의 선박 규모 산정법을 적용한다.
선박의 종류는 총 13종으로 원유·석유제품 유조선,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이 포함되며 호위나 예인선 지원 등의 옵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지난해 8월까지 수에즈운하를 건넌 누적 선박 수는 8,180척이었고 같은 기간 운송료는 1,297억 이집트파운드였다. 단순 계산 시 한 척당 약 1,586만 이집트파운드를 지불한 셈이다.
이란은 이르면 다음 주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통행료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량을 바탕으로 선박당 최대 200만 달러의 비용을 가정할 경우 연간 약 6억2,000만달러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일평균 원유 수입량을 기준으로 연간 약 6억2,050만 배럴을 수입한다고 가정한 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1척당 약 200만 배럴 적재를 적용해 약 310척이 통과하는 것으로 추정한 결과다.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운송 경로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경제=박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