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관세 위법 판결에… 美 환급금 ‘320조 원’ 넘을 수도
트럼프, IEEPA 이어 글로벌 관세도 위법 판결
항소했지만…”관세 아젠다 지속 가능성에 의문”
“아시아·EU 동맹국, 트럼프 행정부에 양보할 이유 없어”
“301조, 법적 입증 중요… 사법적 반발만 커질 가능성”

미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의 항에서 한 사람이 컨테이너선 근처 선박 위를 걷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사법부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정부의 관세 환급 부담이 2,200억 달러(약 322조 원)를 웃돌 것으로 추산됐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협상의 핵심 카드로 활용해온 관세가 오히려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약점’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10%) 부과를 위법하다고 판결한 국제무역법원(CIT)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가 부담해야 할 총 관세 환급 규모가 2,26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했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 판결이 나면서 이로 인한 환급 규모가 1,660억 달러에 달했다”면서 “이번에 글로벌 관세도 위법 판결이 나면서 총 환급 규모가 2,260억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추산했다.
CIT는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해 관세로 피해를 입었다고 입증할 수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글로벌 관세에 대한 환급권을 갖는다고 봤다. 소송을 제기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록 상급 법원에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관련한 연방대법원 판결처럼 위법 판단을 일괄 적용하는 보편성을 적용한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로펌인 폭스로스차일드의 리즈베스 레빈슨 국제무역그룹 공동의장은 “이번 CIT의 판결이 관세를 보편적으로 무효화하지는 않는다”며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관세 납부를 피하고, 잠재적 환급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CBS뉴스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CIT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온 관세 정책이 오히려 약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퍼시픽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웨인 와인가든 수석연구원은 더힐에 “미국의 관세가 유지될지 불확실한 데다, 유지된다고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왜 양보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를 위해 또 다른 대안으로 꺼내든 무역법 301조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가 미국 무역에 제약을 주는 경우 미국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다. 미 진보정책연구소(PPI)의 에드 그레서 무역·글로벌 시장 부총재는 전날 미 무역대표부(USTR)가 주관한 무역법 301조 공청회에서 “이는 IEEPA에서 잃은 관세 수입을 대체하려는 것뿐”이라며 “301조 법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이번 CIT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60개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역법 301조 조사에 대한 ‘사법적 반발(judicial pushback)’ 가능성을 부각시킨다”며 “IEEPA 관세에서 잃어버린 수입을 완전히 대체하려는 노력이 결국 실패할 위험을 키웠다”고 CBS뉴스에 꼬집었다.
-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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