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정부에 소송해 3조원 보상기금 확보… 트럼프의 황당한 거래
美법무부, 표적 기소 보상 기금 조성
소 취하 대가… 野 “세금으로 비자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미 워싱턴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열린 의료비 부담 완화 정책 홍보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보상금 명목으로 3조 원에 육박하는 측근 지원금을 확보했다. 자신한테 충성하는 세력에 뿌릴 돈을 세금으로 마련하는 황당한 거래라는 비판이 나온다.
1776년과 17억7,600만 달러
미국 법무부는 18일(현지시간) 연방정부의 사법 제도 악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17억7,600만 달러 규모(약 2조7,000억 원)의 ‘무기화 방지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토드 블랜치 법무부 장관 대행은 성명을 통해 “정부 기관은 어느 미국인에 대해서도 무기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이전에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잡고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이번 조치의) 취지”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염두에 둔 보상 대상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기소됐다고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및 지지자들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021년 1월 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폭동에 가담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약 1,600명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은 기금 설립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기금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다고 백악관 취재진에 말했다. 그러나 “부패한 사람들이 운영한 부패한 시스템에 의해 잔혹하게 학대당한 사람들이 소송 비용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들에 대해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금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8년 12월 15일까지 운영된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장관이 지명하는 5명이 위원회를 구성해 사과나 보상금 등 구제 방안을 결정한다. 법무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일가가 사과는 받겠지만 금전적 보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 규모($1.776billion)는 미국 건국 연도(1776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건국 250주년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건국 250주년 기념 행사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 애써 왔다”고 분석했다.
누가 더 부패한 대통령인가
기금 조성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 및 회사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한 대가다. 트럼프 대통령 등은 납세 기록 유출에 대해 책임을 지라며 올해 1월 국세청에 10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직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 기관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한 희소한 사례”라고 짚었다.
소송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그것을 활용한 방식은 더 희한하다는 게 야당 민주당 측 주장이다. 미국 연방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인 척 슈머(뉴욕) 의원은 이날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정부를 고소했다. 트럼프의 법무부는 트럼프와 합의했다. 그리고 이제 트럼프는 자신의 측근과 충성파, 반란 세력에게 보상하기 위한 거의 20억 달러의 비자금을 갖게 됐다”며 “지금껏 그가 저질러 온 부패 행위 중에서도 가장 타락한 짓”이라고 맹공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약 100명은 의견서를 통해 대통령 측근들이 세금으로 부당 이익을 취하게 됐다며 반발했다.
법적으로도 논란거리다. WSJ는 “트럼프의 국세청 상대 소송과 보상금 수령 대상자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 의견”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 수사 강도가 더 높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적반하장이라는 빈축도 살 수 있다.
- 워싱턴=권경성 특파원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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